
클론을 통해 영생이 가능해진 사회. 물론 이는 부유하거나 권력을 가진 높으신 분들에게 국한 된 일. 하지만 높으신 분들은 클론을 통해 얻어진 자신의 젊은 몸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젊고 아름다운 타인의 몸에 눈독을 들이 게 된 것. 결국 클론 기술은 남의 몸에 자신의 영혼을 넣어 일시적으로 그 몸을 지배할 수 있게 하는 소 울라이딩 기술을 낳는다. 이른 바, 남의 몸을 우버처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 사회. 이제 가 난한 사람은 자신의 몸을 높으신 분들에게 빌려주며, 말 그대로 ‘몸을 팔아’ 돈을 번다. 그리고 그 젊음이 쇠하면 처참히 버려지고, 과거에는 평범했지만, 이제는 가난한 자의 전유물이 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죽는 것은 오직 가난한 사람만의 일. 하지만 높으신 분들은 영생이나, 남의 몸을 이용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야심을 갖게 된다. 그것은 타인을 컨트롤하는 소울라이딩의 기능을 극대화하여, 한 사람이 아닌 수천만 인구 의 육체를 지배하게 만드는 것. 결국 전 인구의 노예화를 꿈꾸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 소울라이딩조차 잘되지 않아 생계가 곤란해진 한 청년이 있다. episode 1 diamond 검사관은 눈을 감은 건장한 남자가 들어 있는 캡슐 안을 들여다 보았다. 건장한 남자 하나는 족히 들어갈 법한 캡슐이 늘어서 있는 어느 폐창고, 캡슐 안의 내용물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검사관이 캡슐 앞의 시스템 상태창의 ‘의식 활성화’ 버튼을 누르자 [의식 활성화 0% / 소울라이딩 준비 완료]라는 텍스트가 떠올랐다. 텍스트를 확인한 검사관은 지금까지 검사를 끝마친 캡슐의 숫자를 세려보았다. 지금까지 총 49개의 캡슐을 검사한 것을 확인한 검사관은 마지막 캡슐로 다가갔다. 캡슐 안에 든 사람과 눈을 마주친 검사관은 무심한 표정으로 ‘의식 활성화’ 버튼을 누르려는 데, 문득 뒷목이 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캡슐 안에 든 사람은 눈을 뜨고 있어선 안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눈을 마주치고 있는 거지? “으아 깜짝이야!” 캡슐

안에 든 건장한 남자가 검사관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마치 동물원에서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검사관은 캡슐 앞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의식 활성화 100% / 소울라이딩 불가]라는 텍스트가 떠올라 있었다. 검사관은 혀를 차며 캡슐의 문을 열 어, 안에 든 남자에게 말했다. “너, 뭐야?” “저요? 동녘인데요?” 검사관은 황당한 표정으로 동녘에게 말했다. “아니, 너 클론 더미 아냐? 왜 깨어 있어? 언제 깨어났어?” “클론 더미요? 아닌데, 저 그냥 소울라이던데요?” 소울라이더라고? 검사관은 머리를 긁적였다. “소울라이더? 너 오늘 뭐하는지는 알고 왔어?” “우리 사장님이 돈 많이 준다고 해서 왔는데… 오늘 뭐하는 데요?” 동녘의 말에 말문이 막힌 검사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저 멀리서 조수가 달려와 검사관의 귀 에 대고 뭐라 중얼거렸다. 검사관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캡슐 상태창에 있는 버튼 을 조작했다. 그러자 동녘의 팔다리가 움직이지 못하게 잠금장치가 걸렸다. “어?” 검사관이 동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운수 좋은 날이 되길 빈다.” “네? 아니 일단 오늘 급전으로 천만원을 땡겨주셔 가지고 제가 엄청 운이 좋은 느낌이 들긴 하 는데…” “네? 아니 일단 오늘 급전으로 천만원을 땡겨주셔 가지고 제가 엄청 운이 좋은 느낌이 들긴 하 는데…” 동녘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검사관은 캡슐 문을 닫았다. 캡슐의 문이 닫히고도 동녘은 웃으며 뭐라 중얼거렸지만 캡슐 안의 소리는 밖에서 들을 수 없어 동녘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만 보일 뿐이었다. 검사관이 ‘의식 강제 비활성화’ 버튼을 누르자 캡슐 내부에 하얀색 가스가 차올랐 다. 수면 가스였다. 하얀 가스가 캡슐을 메우자, 동녘은 곧 의식을 잃었다. 의식 활성화 수치 가 내려가더니 0%에 다다르자, [소울라이딩 준비 완료]라는 텍스트가 떠올랐다. 다중 다이아몬드 장식 활자 다중 다이아몬드 장식 활자 “어이, 김 의원! 오랜만이야!” 젊고 잘 생긴 남자들 50명 정도가 모인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연회장에서, 한 남자가 대화 중인 무리에 불쑥 끼어들어 말하고

있던 남자에게 헤드락을 걸며 소리쳤다. “뭐야, 누구야?” “나 누구게?” ‘김 의원’이라 불린 남자는 헤드락을 뿌리치고 벗어나 자신에게 헤드락을 건 사내의 정체를 확 인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내였다. 김 의원은 헤드락을 걸어온 남자에게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 누구야! 안 그래도 요새 나 골 아퍼! 소울라이딩 하고 접근하는 사기꾼들이 한둘이어야 지.” 남자는 외설스럽게 허리를 흔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남동 떼씹을 기억하시나?” 그제야 기억난다는 듯, 김 의원이 반가운 표정으로 화답했다. “뭐야? 강 의원이야? 아니면 그 때의… 미스 김?” “미스 김은 뭐야, 변태 같이. 강 의원 맞아.” ‘강 의원’이 너털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김 의원은 강 의원의 몸을 손으로 만져가면서 살피 며 말했다. “와… 소울라이딩이야, 클론이야? 멋진데?” “당연히 클론이지. 오늘 소울라이딩 해야 하니까.” “아. 그치. 그치.” “며칠 됐는데, 어때? 멋져?” 강 의원은 새로 산 옷을 자랑하는 것처럼 자기 몸을 뽐내며 물었다. “응응… 이번에는 탈모끼도 없고, 코도 잘 됐고. 근데 저번 것도 괜찮았는데 왜 바꿨어? 혹시 물건이 작아서?” “아니 그것보다 멜트다운 조짐이 좀 있어서. 혹시 몰라 미리 바꿨지.” 그때, 연회장에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잠시 후 배틀 로얄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내빈 여러분께서는 자리에 앉아 준비해주시기 바랍니 다. 감사합니다.] 안내 방송을 들은 50여 명의 남자들은 다 같이 연회장 뒷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강 의원의 등을 툭 치며 얄밉게 말했다. “강 의원, 오늘도 미리 꼴찌 감사요!” “새 클론이니까 좀 낫지 않을까?” “응, 아니야. 몸만 바뀌면 뭐 해? 속에 든 영감이 그대론데.” “운동 신경은 몸이랑 상관 없나 봐. 내가 원래 몸으로 학교 다닐 때도 체육은 늘 꼴찌였는 데.” “응. 지면 밥이나 사면 돼.” “몰라. 오늘은 그냥 버티기 메타로 가려고.” 연회장 뒷편에는 1인용 리클라이너 소파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남자들은 익숙하게 하나씩

차지 하고 누우며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보좌관들이 1부터 50까지 번호가 매겨진 작은 기기들을 각 자 하나씩 들고 들어와 의원들의 목 뒤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소형 기기를 의원의 목 뒤에 갖 다대면, 소형 기기에서 다리가 뻗어 나와 의원들의 목 뒤에 부착되어 있는 장치에 연결되며 신 경에 직접 연결되었다. 그러자 연결음과 함께 장비가 활성화 되었다. 같은 시각, 검사관의 검사를 끝마친 캡슐들이 즐비하게 늘어진 폐창고, 캡슐 위 상태 표시창의 [의식 동기화 0%] 텍스트의 숫자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마침내 100%에 다다 르자 ‘띠링’ 작은 알림음과 함께 캡슐의 문이 열리며 캡슐 속 남자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다중 다이아몬드 장식 활자 다중 다이아몬드 장식 활자 캡슐 안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저마다 군복으로 환복하고 있는 어느 군용 헬리콥터 안, 검사관 에게 자신을 ‘동녘’이라 밝힌 남자도 상하의를 입은 뒤 군화를 신으려는데 손가락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끈을 제대로 묶지 못하고 있었다. 49번 캡슐에서 나온 남자가 동녘에게 걸어 오며 말을 걸었다. 캡슐 안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저마다 군복으로 환복하고 있는 어느 군용 헬리콥터 안, 검사관 에게 자신을 ‘동녘’이라 밝힌 남자도 상하의를 입은 뒤 군화를 신으려는데 손가락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끈을 제대로 묶지 못하고 있었다. 49번 캡슐에서 나온 남자가 동녘에게 걸어 오며 말을 걸었다. “강 의원! 어딨어! 나야 김 의원!” 동녘이 일어나서 손을 흔들었다. “어, 나 여깄어!” “뭐야, 강 의원? 왜 이렇게 몸이 후져? 원래 몸보다 별로인 거 같은데?” 김 의원이 의식이 들어간 ‘49번’ 남자가 강 의원이 의식이 들어간 ‘동녘’의 몸을 훑으며 말했 다. “아, 몰라! 이거 뭔가 움직임도 부자연스럽고. 오늘 일찍 죽겠는데?” 그때 강 의원의 의식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는다고요?’ 강 의원이 화들짝 놀라 동녘의 몸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라고? 누가 말한 거야? 김 의원, 방금

나한테 뭐라 그랬어?” “내가 뭘? 아, 몸이 구려서 환청이라도 들리셔쪄요? 핑계도 다양해, 아주.” 김 의원의 의식이 들어간 49번 남자가 ‘우쭈쭈’ 소리를 내며 강 의원의 의식이 들어간 동녘을 놀렸다. 동녘이 찜찜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헬리콥터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게임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게임 시작을 위해 한 분씩 랜덤으로 강하하겠습니다.] 헬리콥터의 문이 열리고, 캡슐에서 나온 사람들이 하나둘 낙하산을 메고 헬리콥터에서 점프해 강 하하기 시작했다. 강 의원의 의식이 들어간 동녘의 차례가 되자, 출구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김 의원의 의식이 들어간 49번 남자가 동녘의 등을 두드리며 떨어지기를 재촉했다. “내일 뛸 겨?” “아니, 내가 뛰려고 하는데 몸이 거부하는 것 같아서…” 몸이 이상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강 의원은 동녘의 다리를 움직여 보았 다. 그러자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이번에는 점프를 시도했지만 순식간에 난간을 붙잡아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49번 남자가 폭소했다. “강 언니, 진짜 쫄보네?” “아니, 내가 이러는 게 아니라… 뭔가 싱크가 안 맞나? 몸이 제대로 안 움직여!” “이번엔 싱크가 안 맞아서 원맨쇼를 하시고 있는 거예요? 벌써 핑계 메타 들어가는구만.” “아니 핑계가 아니라 진짜로 이게….” “됐고, 낙하산 못 펴서 죽는 것도 재밌으니까, 바이바이!” 강 의원의 의식이 들어간 동녘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기도 전에, 김 의원의 의식이 들어간 49번 남자가 발로 동녘의 등을 걷어찼다. 순식간에 동녘은 헬리콥터에서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이 당황하여 허둥지둥 낙하산을 펼칠 준비를 하는데, 손가락이 생각대로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의식 속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저씨! 아저씨! 이러다가 나 죽어요! 이게 뭐에요!’ ‘뭐야, 의식이 왜 살아있어? 너 더미 클론 아니었어?’ ‘나 소울라이더에요! 그리고 난 원래 소울라이딩을 해도 의식이 잘 안 죽는 편이고요!’ ‘뭐? 배틀로얄에 왜 소울라이더가 와?’ ‘배틀로얄이 뭔데요? 하… 헬기에서 안 떨어지고 버텼어야 했는데!’

강 의원이 동녘의 몸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숨을 쉬었다. ‘뭐 이딴 놈을 배정했어… 개자식들…’ ‘아저씨! 어떻게 좀 해 봐요! 나 진짜 죽게 생겼어요!’ 동녘은 점점 가까워지는 지상을 내려다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입 좀 닥쳐 봐!’ 강 의원은 손으로 더듬거리며 낙하산을 펼치는 레버를 찾아 보았지만 이상하리만큼 감각이 무뎌 레버의 위치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강 의원은 모든 게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레버가 어떤 거지? 낙하산은 어떻게 펴는 거더라?’ 강 의원은 여러 레버를 하나씩 당기기 시작했다. 마침내 어떤 레버를 당기는 순간, 낙하산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순식간에 낙하산 끈이 툭 끊어져 버렸다. 여러 레버를 목적에 맞지 않게 당긴 탓에 실이 느슨해져버린 탓이었다. 강 의원이 동녘의 몸으로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강 의원은 여러 레버를 하나씩 당기기 시작했다. 마침내 어떤 레버를 당기는 순간, 낙하산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순식간에 낙하산 끈이 툭 끊어져 버렸다. 여러 레버를 목적에 맞지 않게 당긴 탓에 실이 느슨해져버린 탓이었다. 강 의원이 동녘의 몸으로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eunua_soldier_sky_diving_try_to_open_parachute_967dbd3e-33a5-4d0e-85 5f-62be9a5fcf2f.png “너 때문에 집중이 안 되서 끊어졌잖아!” ‘왜 내 핑계를 대요! 제대로 한 거 맞아요?’ ‘아 몰라, 여기서 아웃이네. 넌 이대로 죽어라. 나야 원래 몸으로 되돌아가면 되는데, 너 죽 는 거야 네 탓이다.’ ‘와! 이 아저씨 핑계 대는 거 미쳤네? 가만 있어 봐요. 내가 하게.’ 동녘의 몸이 강 의원의 의지에 반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녘이 끊어진 질들을 손가락으 로 하나씩 감아서 매듭을 묶어 다시 연결했다. 다시 연결된 낙하산 줄을 당겨보지만 손가락에 피가 쏠려 제대로 당겨지지 않았다. 강 의원이 동녘의 의식 속에서 소리쳤다. ‘손가락 아파 죽겠네! 그만 당겨!’ ‘참아 봐요! 누가 보면 아저씨가 몸 주인인줄 알겠네.’ 동녘이 손가락이 잘릴 기세로 강하게 줄을 잡아 당기자, 마침내 낙하산이 펼쳐졌다. 동녘의 입 에서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동녘의 한숨인지, 강 의원의 한숨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 면 둘 다일 것이다. 동녘이 손가락이 잘릴 기세로 강하게 줄을 잡아 당기자, 마침내 낙하산이 펼쳐졌다. 동녘의 입 에서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동녘의 한숨인지, 강 의원의 한숨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 면 둘 다일 것이다. “시작도 못 해보고 뒤지는 줄 알았네. 야, 수고했다.” 탕- 탕, 탕- 지상에서 총 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지상에 떨어진 사람들이 서로를 총으로 쏘고 있는 풍경이 보였다. 동녘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심상치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설마 진짜 서바이벌 게임이에요? 그러니까, 진짜 총으로 하는?” 강 의원이 대답했다. ‘응.’ “그러다 총에 맞으면요!” ‘죽는 거지. 그래서 블랙마켓에서 가져온 더미 클론들로 하는 거잖아.’ “강 사장 이 개같은 자식이… 어쩐지 마이킹 다 갚아주더라…!” ‘그럼 너, 소울라이딩을 하는 중에도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거야?’ 소울라이딩, 그것은 한 사람의 의식을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것을 뜻했다. 남의 몸에 자 신의 영혼을 넣어 일시적으로 그 몸을 지배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바로 ‘소울라이딩’이었다. 이른바, 남의 몸을 택시처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었다. ‘소울라이더’란 타인이 자신의 몸을 이용할 수 있게 몸을 파는 사람들을 뜻하는 용어를 뜻했다. 동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래서 제가 원래 일이 별로 없어요. 손님들이 싫어해서 매칭이 잘 안 되거든요.” 동녘은 자신의 의식 안에서 강 의원이 미소를 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야, 그럼 오늘은 네가 좀 잘 해 봐라. 내 몸이다, 생각하고 노력해.’ 동녘은 기가 찼다. 일단 이 몸이 정말로 자기 몸인 건 차치해두더라도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 임에 내몰린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녘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처음인데 뭘 잘 해요. 나 죽으면 아저씨 죽여버릴 거예요.” ‘너 죽으면 너만 죽는 거지.’ 어느새 지상에 도달한 동녘이 어설프게 착지했다.

낙하산을 타고 강하를 해 본 적이 없어, 착 지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동녘은 얼른 낙하산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폐가가 보였다. 사람들이 총을 들고 서로를 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어딘가로 숨는 것이 중요 하다. 그렇게 생각한 동녘은 폐가를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아! 발목 아파!’ 강 의원이 동녘의 의식 속에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착지할 때 다리를 삔 모양이었다. 동녘도 죽을 만큼 아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에 서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내 몸이잖아요! 엄살 좀 그만 부려요!” ‘신경까지 연결이 되어 있는데 어떡해? 너 착지 그것밖에 못해?’ “아저씨였으면 이미 착지하면서 죽었어요! 이제 어떡할지나 말해봐요.” ‘폐가 안에 무기가 있을 거야. 무기부터 줍자. 몸 나한테 넘겨.’ 동녘은 몸의 조종권을 강 의원에게 넘겼다. 아무래도 서바이벌 게임 경험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 게 맡기는 게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몸의 조종권을 넘겨 받은 강 의원이 바닥에 떨어진 무기 와 탄창을 주우며 독백하듯 말했다. 동녘은 몸의 조종권을 강 의원에게 넘겼다. 아무래도 서바이벌 게임 경험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 게 맡기는 게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몸의 조종권을 넘겨 받은 강 의원이 바닥에 떨어진 무기 와 탄창을 주우며 독백하듯 말했다. “가만 있자. 이게 무슨 탄창이더라.” ‘아저씨. 그 탄창, 이 총이랑 붙는 거잖아요. 군대 안 다녀왔어요?’ “국회의원이 군대 가는 거 봤어?” ‘어휴. 진짜.’ 사투 끝에 간신히 총 조립을 끝마친 동녘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경계하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보급품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강 의원이 신나서 보급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 는데 동녘의 의지가 보급품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거부하며 말했다. ‘아저씨, 움직이면 안 돼요!’ “뭐야! 드롭 먹으러 가야지.” ‘기다려 봐요…!’ 어느새 몸의 주도권을 되찾은 동녘이 주변을 경계하며 몸을 웅크렸다. 수풀 사이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리를 지어 보급품이 떨어진 곳으로 가려는데 저 멀리서 기관단총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보급품을 향해 달려가던 무리들이 그 자리에서 픽픽 쓰러졌다. 동녘 은 몸을 웅크린 채로 기관단총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 의원의 의식이 든 49번이 기관단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김 의원, 저 새끼 대단하네….’ “제가 움직이지 말랬죠?”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건데?’ 동녘은 바닥에 엎어져서 포복으로 사람들이 쓰러진 쪽으로 슬금슬금, 혹은 꿈틀꿈틀 움직이며 말 했다. “시체 메타요.” 다중 다이아몬드 장식 활자 다중 다이아몬드 장식 활자 어느새 동녘은 방금 전에 기관단총에 맞아 쓰러진 시체들 곁에 누워 있었다. 시체의 표정을 흘 깃 보던 동녘이 끔찍하단 표정을 지으며 몸을 공유하고 있는 강 의원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 사람들 진짜 죽은 거예요?” “어차피 클론 더미야.” “아무리 그래도요. 클론도 가끔 살아나잖아요.” “그건 멜트다운 일어나는 거지. 어차피 껍데기일 뿐이야.” 멜트다운, 클론 기술과 그로 인해 파생된 소울라이딩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로, 말하자면 의식이 없어지거나 동기화에 문제가 생긴 신체가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것을 의미했다. 멜트다운 이 일어난 신체는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가진 채 움직이곤 하는데, 그 목적이란 바로 파괴였 다. 옆에 쓰러진 시체를 응시하던 동녘은, 시체가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저씨, 봤어요?” 심상치 않음을 느낀 강 의원은 동녘의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멜트다운 일어나기 시작한 것 같다. 죽은 몸이 아직 연결된 건가?” 동녘의 목소리에 시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시체는 동녘을 발견하곤 냅 다 동녘에게 달려들었다. 당황한 강 의원이 시체에게 당하지 않으려고 몸을 버둥거리자 동녘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제어하려고 애를 써야 했다. ‘야, 너 싸움 잘해? 좀 죽여봐!’ “아저씨, 가만히 좀 있어요!” 강 의원이 몸의 주도권을 포기하면서, 동녘이 온전히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동녘은 자신 있게 영화에서나 볼 법한 무술

동작을 잡으며 시체를 노려보았다. 멋있는 동작으로 시체를 공격 하려는데, 시체는 손쉽게 동녘의 공격을 피한 뒤 주먹으로 동녘을 연달아 가격하기 시작했다! 동녘의 의식 속 강 의원이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이 새끼 너, 폼만 잡고 뭐하는 거야?’ “아저씨도 못하잖아요! 아저씨가 걸리적 거려서 그래요!” ‘내 핑계 대지 말고 좀 잘해 봐!’ “잠깐만! 뼈 맞았어!” 동녘이 계속 두드려 맞고 있는데, ‘탕!’ 소리와 함께 갑자기 멜트다운이 일어난 시체의 움직임 이 멈추었다. 연신 두들겨 맞고 있던 동녘이, 시체가 더 이상 때리지 않아 의아함을 느끼고 방 어 자세를 풀고 시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시체가 바닥에 털썩 소리를 내며 쓰러졌 다. 쓰러진 시체가 있던 곳 너머로 한 남자가 손을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남자의 정체는 49 번이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김 의원이 라이딩한 49번. “강 의원! 그 허접한 몸으로 아직도 살아있었어?” 49번은 능숙한 자세로 품에서 단말기를 꺼내 현재 상황을 체크했다. “오! 강 의원, 그래도 3등이야! 대단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구를 동녘에게 겨누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전히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1등은 내가 할게. 한 놈만 더 잡으면 되니까.” 동녘이 장난스러운 49번의 목소리와는 대비되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항복을 표시하듯 손을 든 채 강 의원에게 말했다. “아저씨, 나 죽는 거예요?” ‘응. 반가웠고.’ 강 의원이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일상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녘은 이제 모든 게 끝이구나, 눈을 감으려는데 갑자기 수풀더미 사이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방아쇠를 당 기려던 49번은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는데 육중한 크기의 지프차 한 대가 수풀더미를 뚫 고 나타나 49번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49번의 몸이 순식간에 두동강이 나면서 사방으로 피와 장기가 튀었다. 동녘이 미처 반응할 새 도 없이, 지프차는 유턴을 해서 총을 난사하며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한 대만 맞으라는 난사가 아니었다. 동녘이 향할 곳을